갤럭시S21 흥행에도 아이폰12 상승세 못 꺾어…애플과 격차 불과 1%p
점유율 20%·연간 매출 100조원 흔들…가성비·선망도에서 애매한 입지
무선사업부에 선제적 경영 진단 실시…“스마트폰 전략 다시 짜야” 지적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제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삼성전자의 아성에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연간 매출 100조원, 시장 점유율 20%가 깨진 것은 물론,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모델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영원한 1등 꿈꿨지만...아성에 균열
상당 기간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공들였던 삼성전자다. S시리즈와 노트 시리즈, Z시리즈 등 폼펙터를 다각화했고, 1억800만화소의 카메라 등과 같이 기술력을 과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덕분에 유럽·미국 등 선진국 소비자에게 남아 있던 ‘아시아 제품은 한 수 아래’라는 편견을 깨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1위는 불안한 상황이다. 13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3.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탈환했다. 삼성전자가 판매한 스마트폰은 2400만대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애플은 2300만대를 팔며 시장 내 비중이 22.2%에 달했다. 1월에는 갤럭시S21 출시를 앞두고 S20이나 Z폴드2 등의 판매가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신작 출시 효과가 극대화된 2월에도 애플은 삼성전자를 1%포인트 차이로 바짝 쫓는 형국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2월 시장 조사에서도 애플은 삼성전자를 무섭게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시장 내 비중은 삼성전자 20%, 애플 17%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애플의 상승세를 꺾지는 못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라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존 애플 사용자들이 새 5G 모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증가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12를 내놓은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상황을 낙관적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0, Z폴드2 등을 선보인지 2개월만인 지난해 10월 아이폰12 시리즈에 밀렸다. 그 달 시장점유율 1위는 아이폰12(16%), 2위는 아이폰12프로(8%)였다. 두 제품을 합친 점유율은 삼성전자(5%)보다 5배 가량 많았다.
사실 갤럭시S21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1분기 전체 판매량이 7500만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갤럭시S21의 흥행 덕에 평균판매가격(ASP)이 27.1%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에서만 4조3000~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시장점유율 회복이나 주력 모델의 판매량 상승과 별개로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입지는 불안한 조짐이 읽힌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가트너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2억5302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 18.8%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역시 2억9510만대를 출하해 시장점유율이 19.6%에 그친 것으로 봤다. 이 기간 애플은 출하량과 점유율이 모두 늘었다. 시장조사업체마다 수치에 차이는 있지만 애플은 1억8000~9000만대 수준이었던 전년 성적을 뛰어넘어 지난해 출하량 2억110~2억710만대, 점유율은 15~16%대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1년 사이 약 7%에서 4%까지 줄어들었다.
가장 우려스런 부분은 이익점유율이 낮다는 점이다. 이익점유율 기준으로 지난해 시장 내 비중은 애플이 79.7%, 삼성전자 15.7%다. 두 회사 간 격차는 5배 이상이다. “지난해 삼성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한 데는 A시리즈의 역할이 컸다”(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는 분석처럼 중저가 모델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업계는 갤럭시S21의 판매량이 최대 2500만대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갤럭시S4(4600만대)의 약 54%% 수준이다.
“LG폰 반면교사로 삼아야”…스마트폰 전략 재정립 필요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저가 라인을 강화 중이다. A시리즈에 쿼드카메라와 방수방진, 무선충전, 지문인식, 광학식 손떨림 방지 등 전략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을 탑재하고, 제품 공개행사까지 진행했다. 상반기 중으로 인도시장에 선보였던 초저가 M시리즈를 2년 만에 국내시장에도 선보인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프리미엄폰에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를 반감시킨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선망도를 겨냥할지, 샤오미·오포처럼 가성비로 승부를 볼지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부분이다.
이와 함께 갤럭시 팬덤 형성을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재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스타마케팅을 적극 진행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대용량 배터리, 심플한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는 노력을 기울였고, 애플 생태계처럼 삼성전자의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싱스로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했다.
갤럭시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사후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3년7개월로 전년 대비 3개월 늘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비교해 소프트웨어 지원이 약해 고객을 붙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안드로이드 OS 업그레이드를 3회까지 늘렸고, AI(인공지능) 기반 줌·자동포커스·자동노출 등 카메라 기능을 즐길 수 있게 원 UI 3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지난달부터는 보안 업데이트 지원을 최소 4년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9년 이후 전세계으로 출시된 약 130개 이상의 모델에 대해 정기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다만 브랜드 선망도를 높이기 위해 전략을 다시 짤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하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시장 상황이든, 애플의 약진이든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약해진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자 상대적으로 낮은 선망도가 발목을 잡았다. 이를 반증하듯 올 1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10개 제품 중 6개가 애플 아이폰이었다. 1위부터 3위까지가 아이폰12 시리즈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저가형 모델인 갤럭시A21S(7위)와 갤럭시A31(9위) 두 개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마저도 중국 샤오미의 중저가 모델에 밀렸다. 홍미 9A는 5위, 홍미9은 6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에 최근 IM부문 산하 무선사업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경영진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사업부 경영진단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이 있던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를 보면 LG폰이 남 일이 아니라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과 가성비로 승부할 수 없는데도 판매량에 치중하는 것 같다”라며 “프리미엄 전략이라는 방향성은 유지해야 한다. 노트처럼 충성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