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 신청, 협력업체 피해 2000억원에 달해


노조 “방만경영에 비자금 100억원 의혹…부실경영에 책임져야”


삼환 “최 회장 비자금 없다…법정관리 시작 단계 지켜봐 달라”


세계경제의 장기간 불황으로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16일 대형 종합건설업체 삼환기업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70억원의 기업어음을 막지 못해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것이나 삼환기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삼환기업이 워크아웃 신청 5일 만에 법정관리로 선회하며 기업의 ‘도덕적 해이론’ 논란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특히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최용권 회장이 사재출연을 거부하면서 최 회장에 대한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최 회장의 측근이 최 회장의 100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면서 부실・불법 경영에 대한 책임론이 최 회장을 강타하고 있다.


삼환기업(사장 허종, 이하 삼환)은 1946년 3월 설립돼 66년 동안 건설업의 자리를 지킨 굴지의 토건 1세대다. 또 지난해까지 도급 순위 20위권에 안착하며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과 경부고속도로 등 중견건설사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지난 9일 삼환의 신용이 C등급으로 위험에 빠지자 금융감독원이 삼환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판정했고 이틀 후 삼환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삼환은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지난달 18일경 돌아오는 120억원의 기업어음을 막기 위해 채권단에 긴급자금 3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채권단이 이를 거절하면서 삼환은 닷새 만에 부족한 70억원의 기업어음을 막지 못하고 법정관리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삼환은 보유하고 있던 50억원의 현금 외에 모자란 70억원의 어음을 채권단에서 해결해주기를 바랬으나 채권단 측은 회사 내부에서 해결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삼환의 자금난 사정을 고려했을 때 최 회장 등 오너일가가 사재출연을 통해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 보였다.


금융당국도 워크아웃 신청 이후 최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하면 회사를 보다 빠르게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최 회장 생각은 달랐다. 최 회장은 “나에게 그런 돈이 어디 있느냐”며 거절하고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신청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삼환의 경영악화와 자금난 위기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삼환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환의 매출액은 지난 2010년 1조1373억원에서 지난해 8603억3408만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더욱 심각하다. 485억7377만원의 순이익을 봤던 2010년과 달리 지난해 1772억8798만원의 손실로 순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반면 부채는 2010년 1조3066억원에서 지난해 1조651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같은 자금난은 결국 삼환을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했다.


문제는 삼환의 법정관리가 협력업체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삼환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번 법정관리로 삼환의 협력업체 피해가 2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환이 법정관리를 통해 채권・채무가 동결되고 오너일가는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됐지만 채권자의 가압류와 강제집행이 금지되면서 7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삼환 노조는 “협력업체의 반발과 발주처의 공사 타절(중단)로 인해 직원 구조조정 등의 피해가 최약자인 직원과 협력업체로 귀결될 것”이라며 “채권단과의 협의 과정에서 보았듯 최 회장이 어떠한 노력이나 희생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어 “최 회장이 사재출연을 하고 경영권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노조 “최 회장 경영권에서 물러나야”


노조가 최 회장의 사재출연과 관련 최 회장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면서 이번 삼환의 법정관리는 최 회장의 ‘도덕적 해이론’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도 몇십억원의 사재출연을 하지 않아 회사를 법정관리까지 끌고 갔다는 점에서 노조의 비판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의 개인 재산을 관리했던 한 관계자는 총수일가의 투자자금이 모두 920억원대에 달한다고 전했다


삼환의 또 다른 관계자도 최 회장의 금융소득 관련 세금이 연간 30억원에서 40억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전체 금융자산은 2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은 14일 최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터지면서 더욱 심화됐다.


삼환 노조는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 경영관리팀 차장 손 모씨가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에서 받은 판결문을 입수한 결과 손 씨가 최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손 씨는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 “최 회장 일가의 투자자금 및 비자금 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식과 선물을 매매하다가 손실이 발생했다”며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회사 소유의 유가증권을 팔아 재투자하는 과정에서 횡령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고법 형사6부는 같은날 “여러 증권사에 개설된 계좌를 손 전 차장이 관리한 사실에 비춰볼 때 손 씨의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던 손 씨는 지난 3월 최 회장 등 오너일가의 불법 비자금 혐의로 오너일가를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이후 손 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손 씨가 총수일가의 죄를 물어 감형받자 곧바로 총수일가를 향한 활시위가 당겨졌다.


고발장에 따르면 손 씨는 삼환에서 근무하면서 최 회장의 비자금 관리를 맡았다. 최 회장은 이중장부를 작성해 회삿돈으로 10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15개 정도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삼환의 주식을 보유하고 관리했다.


손 씨는 최 회장이 차명계좌의 명의자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100억원 이상의 증여세를 탈세했고 차명주식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도 포탈했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이번 비자금 관리를 최 회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받았으며 약 15개의 차명계좌 명의는 재직 중인 임원과 최 회장의 친인척 등이었다고 고발장에 기재했다.


노조는 이번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성명서를 내고 “회사에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힌 이유가 회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 회장 일가가 1000억원 이상의 개인 재산 출자를 하고 조속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최 회장의 불법경영 의혹 외에도 독단경영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최 회장이 장기간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사태를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삼환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회사에 자금난이 닥치면서 미분양 주택에 대한 할인 매각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조기 매각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최 회장이 이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실제 삼환이 지난 2001년 한남동에 ‘리버힐’ 32가구(89평형 24가구, 100평형 8가구)를 평당 분양가 2500만원으로 최고가 25억원에 내놓았지만 분양률은 10%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삼환 관계자는 “32채가 모두 분양된 것은 아니지만 3채만 분양된 것도 아니다”며 “그러나 정확한 수치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최 회장이 자산 매각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경주시 용강동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매각과 서울 하왕십리동, 대구 칠성동 사업 용지 등의 매각이 주택시장 침체 상황에서 단기간 내 쉽지 않은 만큼 대규모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매각을 진행 했어야 하는데 최 회장이 자산 매각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매각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삼환 “비자금은 없다”


이렇듯 이번 경영악화가 최 회장의 탓으로 불거지자 삼환에서도 차명주식 의혹 부인에 나섰다.


삼환 관계자는 “손 씨의 주식은 본인이 비자금으로 명명할 뿐 개인이 갖고 있던 주식일 뿐”이라며 “삼환에 비자금은 없다”고 관련 의혹에 펄쩍 뛰었다.


그는 특히 이번 법정관리가 최 회장의 개인 문제로 돌아가는 것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영자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지난 2008년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설업계 대부분이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며 “10대 대기업 건설사들이 수주를 따내고 살아남은 것과 달리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은 따낼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기업과 오너일가가 매도돼서는 안된다”며 “단순히 그때의 조건(워크아웃 신청 후 70억원의 최 회장 사재출연 요구)을 두고 부도덕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정관리 초기 단계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다 정해진 것도 전혀 없다”며 “내달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니 그때까지라도 지켜봐주시고 기다려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삼환의 이같은 비자금 의혹에 대해 지난 3월 고발장을 접수했으나 최근 비자금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자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환으로 검찰의 칼끝이 향한 가운데 삼환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최 회장은 ‘비자금 때문에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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