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회사라면 최고경영자(CEO)가 1년 3개월 만에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월에 있을 신한은행장 인사에 관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발언이다. 서 행장의 연임을 공식화한 셈이다.
신한은행장은 자회사 경영진 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에서 후보를 추천해 은행 주주총회 때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공식 선임된다.
자경위는 한 회장을 비롯해 2명의 사외이사 등 3명으로 구성된다. 자경위 참석자는 공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2명의 사외이사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외부로 공개되지도 않는다. 이는 한 회장의 의중이 행장 선임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미다. 때문에 서 행장의 연임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금융계에서는 한 회장이 본격적으로 라 전 회장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회장이 서 행장과의 ‘투톱’ 친정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신한금융지주사 안팎의 불신을 잠재우고 본격적으로 자기색깔 내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 회장은 또 임원인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월에는 신한금융투자, 3월에는 신한캐피탈·제주은행·신한데이터·신한신용정보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동대·오세일·조용병·문종복 등 주요 부행장 역시 2월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대규모 인사설이 돌고 있다.
업계는 한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라 전 회장 체제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한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라 전 회장 그림자 지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한 회장에게는 ‘라 전 회장 그림자 경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회장은 취임 후 탕평 인사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회장은 라 전 회장 측 인사든 신상훈 전 사장 측 인사든 능력을 중시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조직 내부의 아픔을 치유하고 조직 안정화에 힘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단행된 인사에서 라 전 회장 측근들은 핵심 보직을 맡았으나 신 사장 측 인사들은 몰락했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라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때문인지 신한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신한 내부에선 한 회장과 서 행장에 대한 신뢰 부족 등 내분이 여전한 듯한 모습이다. 갈등과 불신의 씨앗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듯 하다.
심지어 한 회장이 서 행장의 연임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음에도 은행 내에서는 몇몇 부행장이 행장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라 전 회장과 가까운 모 부행장의 방에는 회장이나 행장방보다 사람들이 더욱 북적인다는 후문이다.
신한이 추진하고 있는 매트릭스 조직 도입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한 회장은 매트릭스 조직을 시범 운용해 계열사간 시너지 연계와 고객에 대한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통해 금융지주의 장악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사실상 매트릭스 제도 도입은 특정인을 밀어주려는 라 전 행장의 포석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말이 나온 배경에는 서 행장이 취임하기 전, 행장 하마평에 오르던 위성호 부행장이 최근 신한은행 이사로 선임된 데 있다. 부행장이 이사로 선임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신한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트릭스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양사에 이사로 등기가 돼있어야 한다. 때문에 CIB(Corporate Investment Bank) 그룹장에 내정된 오세일 부행장과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부문장에 내정된 위성호 부행장이 이사에 선임됐다”고 전했다.
때문에 이번 서 행장연임 여부를 비롯해 인사개편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친(親) 라응찬 인사가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등 라 전 회장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회장이 이번 조직개편으로 라 전 회장으로부터 ‘독립’해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