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학가에서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그간 폭로 창구로 역할을 해온 SNS 상 ‘대나무숲’이 익명성에 기대 무차별 마녀 사냥의 시발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자체 검열 강화에 나선 양상이다.
한양대 ‘대나무숲’ 운영자, “미투 제보 업로드 하지 않을 것”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양대 ‘대나무숲’ 게시판 운영자는 지난 18일 공지 글을 통해 “더 이상 미투 관련 제보는 업로드(게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운영자는 해당 글에서 “한양대 대나무숲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면서도 “(제보 내용의) 사실 확인이 어렵고, 특정 개인을 저격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제보는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나무숲’은 이용자가 운영자에게 익명의 제보 글을 보내면 운영자가 이를 그대로 게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이 글을 통해 운영자는 공개적으로 향후 미투 제보를 게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러면서 한양대 대나무숲 운영자는 “몇몇 게시 글로 어떤 지기(운영자)는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고, 명예 훼손을 이유로 고소·협박까지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네티즌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나왔다.
현재 일부 네티즌들은 대나무숲 지기 등 자원봉사자들이 애먼 고소나 협박에 노출된 고충은 이해하면서도 수많은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하필 ‘미투 운동’만을 콕 집어 게시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한양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최근 폭로된 미투 글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고소’를 이유로 삭제되기도 했다.
익명성 둘러싼 ‘대나무숲’ 논란…소통 창구 역할론 강조
이런 ‘대나무숲’ 페이지 자체 검열 강화 사안에는 한양대를 비롯해 동국대, 성균관대 운영자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결국 ‘익명성’을 해석하는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간 대학가에선 대나무숲이 익명 소통의 창구로 역할을 해오며 최근 명지전문대와 한국외국어대, 이화여대 교수들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이 같은 폭로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란 의견에 대한 이유다.
하지만 대나무숲의 익명성에 기대 검증 불가능한 주장들이 줄을 이을 것이며, 이로 인해 ‘인격 살인’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사람이 다수 발생할 것이란 이른바 ‘마녀 사냥’식 행태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