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희망퇴직 10일→19일 연장, 일부 개별 면담도
보복소비 백화점 강세, 마트도 4분기 영업익 흑자 회복
뚜렷한 돌파구 없어…깊어진 노사갈등도 문제
유통강자 ‘롯데’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칼바람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마트, 백화점 등 점포 정리에 이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롯데쇼핑 내부 분위기는 아직까지 한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사업부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살을 떼어내고 있는 곳은 마트부문이다. 롯데마트는 199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직급 대상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실적이 좋지 않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누적 적자가 660억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지난달 24일 정직원 4300여명 중 직급별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목표는 30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퇴직 위로금으로 27개월분의 최대 기본급과 대학생 자녀 1인당 학자금 50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희망자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당초 지난 10일까지로 예정했던 희망퇴직을 19일까지로 연장했다. 롯데마트는 퇴직을 종용하기 위해 일부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개별면담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 또한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퇴직을 권고한다면 연락을 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퇴직 신청자가 적었던 탓이라기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니 퇴직을 고려하는 시간을 더 제고한다는 의미에서 연장을 결정했다”라며 “희망퇴직은 100% 자발적 의사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트 외 백화점, 슈퍼, 롭스(H&B스토어) 등 전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해를 넘기며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이 고육지책을 쓴 만큼의 경영 개선 효과를 보고 있는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IB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효율화와 코로나19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도에 의해 올해부터 일부 실적 개선 효과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날이 풀리면서 소비자들의 보복 소비 심리가 강해져 백화점의 경우 코로나19이전인 2019년 동기보다 높은 매출이 나오고 있다.
마트 또한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영업익 흑자를 기록했다. 부실 점포 감소로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수익성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슈퍼사업도 70여개가 넘는 점포 축소로 적자폭을 840억원가량 줄였다. 계속해서 부진을 보였던 롭스는 지난해 말 마트사업부문 내 상품기획본부에 흡수 통합됐다.
구조조정의 효과로 롯데쇼핑이 수익성을 개선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새로운 활로 개척이 아닌 ‘버림’으로써 미미한 개선을 이뤘고 앞으로 나아갈 성장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보았을 때 격변하는 현 시점의 유통업계에서 ‘강자’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현재 유통업계 전반에서 이미 성장 궤도에 접어든 온라인 채널, e커머스 사업에서 뒤처지고 있다. SSG닷컴, 홈플러스 등은 오프라인과의 연계로 이커머스 업계 중상위권에 안착하고 있는 반면 롯데쇼핑의 롯데온은 아직 시작단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활로로 내세우고 있는 복합쇼핑몰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복합쇼핑몰 사업을 내세웠다. 롯데자산개발로부터 지난해 롯데몰 사업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며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롯데몰은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롯데자산개발 유통부문(롯데몰)의 자산은 6119억원 수준이지만 12월 매각 당시 사업가치는 280억원에 그쳤다. 매각 당시 자본총계는 -66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면 경영난 개선부터 필요한 상황이다.
인허가 문제 등 규제 문제도 있다. 서울 상암 롯데몰과 대구 수성 롯데몰은 7~8년째 인허가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한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어 애물단지가 됐다. 더군다나 정부에서 유통상생법 규제를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어 규제를 넘는 것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이렇게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내부 분위기까지 얼어붙었다. 계속되는 복지 감축에 지친 직원들에 희망퇴직까지 권하는 상황에 노조 측이 뿔이 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껏 휴가비, 연말선물, 무급휴직 등 희생으로 고통분담에 기여했지만 고용안정까지 침해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희생을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노조는 본사 앞 피켓팅까지 불사하며 항의를 지속하고 있다.
임원급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롯데온 조영제 대표가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진다며 퇴진했다. 내부에서는 임원들이 이러한 처사가 문책성 경질에 준한다며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구조조정 등 사측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지만 계속되는 압박은 어려움 극복에 대한 사내 의지를 꺾게 될 것”이라며 “제 살 깎기가 아닌 새로운 타개책을 만들어 어려움을 돌파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