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대통령 후보가 당선됐지만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감 보다 먼저 매서운 식탁물가가 서민들의 삶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식료품 가격을 억제해온데다 이른 한파로 각종 채소류 생육이 부진하면서 소주, 밀가루, 설탕, 상추 등 식탁물가가 꿈틀대고 있다. 관련 업계는 민생안정을 위해 대선 전까지는 버텼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더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미노 물가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내일부터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 가격을 8.19% 올린다.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지난 4년간 가격 인상 요인이 17.35%에 달했지만 원가 절감과 내부 흡수 등을 통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며 가격 인상의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소주 뿐 아니라 밀가루 가격도 뛴다.
동아원은 오늘부터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7% 인상한다. 이 역시 확보된 원맥의 재고가격과국제 곡물시세 등을 고려할 때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설탕값 인상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미국, 브라질이 내년에 사탕수수를 주 재료로 하는 에탄올 연료 사용을 늘리면서 국제 설탕 가격이 올라 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큰 문제는 밀가루와 설탕 값이 인상되면 빵과 과자, 라면 등의 가격 인상도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최근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 두부와 콩나물, 조미료 등 가공식품 가격을 10%가량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풀무원 역시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7~10%가량 올리기 위해 일부 지역 소매점과 협의에 들어간 상태로 알려졌다.
신선식품의 오름세도 무섭다. 여름철 태풍과 최근 한파까지 더해지면서 배추와 무, 대파, 상추 등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한·러 어업 분쟁 탓에 명태와 게의 어획 물량이 대폭 줄고 있어 조만간 수산물 가격도 오를 것 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식탁물가가 상승하면서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 가계 식음료 지출액이 24조2000억원으로 전체 지출액의 14.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식탁물가가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21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물가안정책임관회의를 열고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선 엄중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형환 차관보는 “국제곡물가격 상승 등에 따라 일부 가공식품 업계들이 가격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는 가공식품 가격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해 부당·편승 인상에 대해서는 경쟁당국 등 범부처적으로 엄중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담합을 비롯한 불공정행위나 탈세혐의 등과 관련해서는 공정위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부당이득을 적극 환수할 방침이다./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