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에 급급한 신라면세점이 직원들의 고충은 나몰라라 한 채 연장근무를 강행해 노동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오후 10시까지 연장영업을 실시한다.
이와 관련해 전국민간서비스산업 노동조합 연맹은 신라면세점을 향해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폐점시간 연장, 야간영업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010년에도 신라면세점은 기존 8시였던 폐점시간을 9시로 연장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신라면세점이 폐점시간 연장에 나서자 롯데면세점 등도 경쟁적으로 연장 영업을 강행했다. 결국 면세점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더욱 악화됐고, 신라면세점이 그 불씨를 당겼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같은 비난이 가라앉기도 전에 신라면세점이 이틀에 걸쳐 오후 10시까지 야간영업을 진행하자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성원 부루벨코리아노조위원장은 “폐점시간을 연장하면서 ‘나이트세일’이라는 명목하에 가끔 행해지던 연장근무가 없어졌는데, 이번에 재고정리 차원에서 다시 부활했다”며 “폐점시간이 연장된 상황에서 연장근무까지 하는 것은 직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며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등 사회적 여론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노동자들은 이번 신라면세점이 연장영업에 돌입하면서 롯데면세점 등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면세점의 경쟁이 또 다시 연장근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애꿎은 직원들만 피눈물을 흘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직원들 사이에서 무겁게 자리잡고 있다.
서비스 연맹 관계자는 “신라와 롯데 면세점의 면세부문 매출점유율이 80%를 넘긴지 오래인데, 이 두기업은 독과점 상황에서도 계속 경쟁을 하고 있다”며 “신라면세점이 ‘나이트세일’이라는 명목으로 야간영업을 하게 되면 경쟁사인 롯데도 따라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사측 입장에서는 근무시간을 한 시간 연장하는 것 이지만, 뒷정리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퇴근 시간은 훨씬 늦어지는 셈이다. 특히 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늦은 밤 퇴근해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성원 위원장은 “면세점의 특성상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기 위해 면세점을 목표로 하고 취직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인천, 수원, 성남 등 먼 지역에서 출퇴근을 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95%가 여성 노동자들인데 업무시간이 연장되면서 이들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보통 11시이며, 매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마감시간까지 저녁을 먹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저녁이라도 먹고 가면 12시가 넘는 것은 기본이다”고 밝혔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 퇴근시간이 늦어지면서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이 어려워져 결국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통상적으로 아이들을 가족이나 친인척 또는 유아원 등에 맡기게 되는데 퇴근시간이 늦어지게 되면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져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면세점 여성노동자들의 50% 정도가 기혼자인데 이들의 최대 고민은 출산과 육아의 문제이다. 포괄적으로는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면세점 기업들이 과다경쟁을 통해 폐점시간을 연장하면서 늦은 시간에 퇴근하다보니 출산, 육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비율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서비스연맹 조사 결과 확인됐다.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노동자는 “평소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밤 11시가 넘는다”며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집에 들어가면 움직일 힘도 없다. 모르는 고객들 앞에서는 웃으며 일했지만 집에 오면 서글픔에 눈물만 난다”고 토로했다.
늦은 퇴근시간으로 딸아이와 대화는커녕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또 다른 여성 노동자는 “엄마는 항상 내 곁에 없다”는 딸아이의 말에 충격을 받고 결국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챔임에 대해 기업은 여러 분야에서 그 책임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당장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부터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부분이 여성인 면세점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권, 휴식권은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세점들은 직원들을 위한 복지나 배려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이윤 쫒기에만 급급해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내몰리고 있다.
서비스 연맹 관계자는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유통기업들이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출산,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들의 이윤만을 챙기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연장영업, 야간영업, 24시간영업을 하는 반사회적 영업행태를 면세점이 답습하고 있다”며 “재벌유통기업들의 반여성적‧반사회적 영업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라면세점에 대해 “신라 면세점이 폐점시간 연장에 이어 야간영업까지 강행한다면 사회적으로 신랄한 비난과 함께 종사자들로부터 반 여성기업으로 낙인받게 될 것”이라며 “폐점시간 원상회복과 야간영업 계획을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벤트성 특별할인 기간으로 이틀에 걸쳐 연장근무를 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연장근무를 하는 만큼 출근시간을 늦춰 업무시간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늦은 퇴근으로 인한 위험이나, 기혼 여성들의 육아 문제에 대해선 “최근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시기이다보니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유통업의 특성상 고객 편의에 맞춰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고객들이 늦게까지 쇼핑을 하기 원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신라면세점의 화려함 뒤편에는 이처럼 직원들의 눈물이 얼룩져 있지만, 정작 회사는 직원들의 눈물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