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와 롯데가 국내 시장에서 중국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영 녹록치 않아 보인다.
국내 유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정부의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유통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자연스레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광활한 중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은 국내 유통 공룡인 두 회사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계속되는 적자와 현지 업체와의 갈등 등으로 롯데와 신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상 실패에 따른 철수와 재정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과연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대형 유통업계의 중국 진출 실태를 <팩트인뉴스>에서 심층 취재했다.
유통업계의 고민이 짙어지고 있다. 불경기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가운데 대형마트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업계의 올해 매출 성장률은 한자리 수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 3사의 지난 1분기 매출 성장률(기존점)을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1.7%에 그쳤고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1.5%, 신세계백화점은 1.2%를 기록했다.
종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백화점의 대규모 초특가 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황에 강하다는 대형마트의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부터 지역구 별로 적용된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월 2회 강제휴무로 인해 대형마트 빅3(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매출은 약 전년 동기 대비 5%대의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에 정부의 규제까지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양새다. 게다가 국내유통업체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유통업계는 해외시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
중국 진출 15년, 아직도 갈 길이 먼 이마트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국내 유통 공룡인 신세계와 롯데는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의 유통시장은 세계2위 소매시장으로 글로벌유통기업과 현지 기업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3000개의 대형할인점이 있고, 이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미국시장조사기관인 TNS 리테일은 지난해 ‘향후 5년간 중국 소매액의 연간증가율이 두자릿수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만큼 중국시장은 매력적이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만큼이나 중국시장의 벽도 높아 보인다. 국내와는 전혀 다른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국내 유통공룡들의 깊은 고민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적자와 현지 업체와의 갈등 등으로 속병을 앓고 있다. 국내 굴지의 유통 공룡인 신세계와 롯데가 중국 시장에선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는 뭘까.
중국시장에 먼저 얼굴을 내민 건 신세계 이마트다. 1997년 상하이 취양점을 오픈한 이마트는 올해로 해외진출 15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 이마트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마트는 중국시장에서 지난 2005년 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006년 82억원, 2007년 52억원, 2008년 209억원, 2009년 600억원, 2010년 910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엔 952억원의 손실이 중국에서 나왔다.
결국 이마트는 몸집 줄이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영업이 부진한 중국 매장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27개 점포 중 11개를 처분(지분매각 7개·자산매각 2개·영업종료 2개)해 현재는 16개 점포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 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부실 점포를 정리한 후 나머지 매장도 매각해야 한다는 분석인데, 이번 매각은 이를 위한 수순이 아니겠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마트의 중국사업 철수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유통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시점에서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며 “방향을 바꿔 구조조정과 사업전략을 전면 수정해 내실화 작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원인으로 ‘현지화 실패’를 꼽았다. 실제 이마트는 외형 확장과 한국식을 고집하면서 중국 소비자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일례로 내장까지 깨끗하게 손질한 생선을 비닐랩으로 포장한 신선식품을 진열했다가 큰 낭패를 본 사례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후발주자들에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손이 덜 가는 깨끗하게 손질된 생선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과는 달리 수족관에 들어 있는 살아있는 생선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중국인들의 경우 가짜 상품에 대한 의심이 많아 생선이나 고기를 구입할 때도 직접 만져보는 성향이 있지만 이마트는 이를 놓쳤다.
또 중국인들은 월마트의 일방향 동선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마트는 이를 간과한 채 국내 매장과 같은 양방향 동선으로 매장을 배치한 점도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뺏는데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매장 진열 방식에서도 국내와 중국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 매장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중요시 하며 키높이 선반에 가지런히 물품을 배치하지만 중국은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는 볼륨진열을 선호한다. 이는 가격 민감도가 큰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에 따라 좀 더 싸보이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마트는 이러한 중국문화나 특성에 대한 부문을 놓치는 등 현지화에 실패했고 이는 중국사업의 참담한 성적표를 낳았다. 이와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좀 더 공부하고 나가야겠다”며 사실상 중국시장에서의 고전을 인정한 바 있다.
현지 업체와의 갈등에 롯데 골머리...공격적 행보도 주춤
후발 주자인 롯데의 중국 시장 진출도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마찬 가지다. 이마트에 비해 10년이나 뒤늦게 중국에 진출한 만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롯데마트도 고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7년 12월 네덜란드계 중국 매크로사의 8개 점포(베이징6개, 텐진2개)를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칭다오시에 라오산점, 베이징시에 꽁이시챠오점을 신규 오픈했고, 2009년 10월에는 중국 대형마트 타임즈 점포(당시 65개점)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 5월말 기준 중국에서만 9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 몸집 불리기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롯데마트는 ‘2018글로벌 전략’에 따라 롯데마트는 중국시장에 500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뒤늦게 출발한 만큼 도미넌트(Dominant, 시장지배)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인데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도미넌트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의 시장 지배를 위해서는 점포 설립 등 상당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데 흑자로 돌아서기까지 위험 부담이 너무 크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영업 손실이 벌려놓은 규모에 비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업이 초기단계에 속한데다가 세계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지배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던 롯데마트의 몸집불리기가 다소 잠잠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글로벌 2018 비전’에 대한 수정 계획은 없다”면서도 “차후 현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화나 조정이 있을 수는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에 매장을 오픈하는 것도 어려운 판국에 해외시장에 매장을 출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향후 매장을 늘려가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는 중국시장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의 공격적인 전략에 미묘한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도 실적부진에 따라 해외에 진출한 중국 1호점인 베이징점을 철수하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 최대 번화가로 알려진 왕푸징에 있는 '롯데인타이백화점(樂天銀泰百貨)'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
2008년 세워진 롯데인타이백화점은 첫해 172억원의 순손실을 낸데 이어 지난해까지 4년 동안 11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지만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롯데백화점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중국 유통그룹인 인타이와 50대 50 조인트벤처로 점포를 열었지만 지속된 적자로 인한 점포운영을 두고 마찰을 빚어왔다. 기업 문화와 점포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다른데다 매장 운영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중국 회사와 일일이 합의를 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자 결국 롯데가 손을 떼기로 한 것 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중국 업체와 상의를 해야하는 등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토로하며 “유통업 특성상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데 일이 더디고 진척이 안됐다.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됐다”고 밝혔다.
신세계와 롯데 전략 대결...?
이렇듯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현지화에 실패하고, 중국 내 사업 파트너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향한 국내 유통 공룡들의 고민이 짙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현지 직원들의 잦은 이직과 전문성 부족, 미비한 물류 시스템, 값비싼 건물 임차료, 인건비에 따른 판매 관리 증가 등도 신세계와 롯데의 고민거리다.
이마트는 절치부심으로 사업전망을 전폭 수정하고 나섰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해외사업은 현지화를 통한 사업체제 정비 및 새로운 성장기반 구축, 인력과 시스템 등 철저한 현지운영전략을 수립해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공격적인 점포 확장 보다는 신규점포 안정화에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영업손실을 대폭 줄이는데 주력하고 내년부터 서서히 출점을 시작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현지화 실패로 뼈아픈 경험을 한 이마트는 현지화를 구축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중산층 소비자의 마음 사로잡기 공략에 나서며 쾌적한 환경과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매장 중간 중간에 아일랜드 방식의 소규모 행사코너를 신설하는 등 이벤트를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업 안정화에 힘쓰고 있으며 현지 직원을 많이 채용하는 등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롯데마트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체 점포 출점 방식과 M&A를 병행해 점포를 늘려나가고 있다. 중국은 지역이 광범위한 만큼 점포망을 확대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중소 도시를 거점으로 출점하며 주변 지역으로 점포망을 확대하는 전략을 적용했다.
또한 롯데마트는 해외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현지화를 위해 모든 점포의 점장을 현지 고객 성향 및 영업환경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현지인으로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매장도 현지인의 특성에 맞춰 구성하고 있다. 직접 눈앞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것을 가장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성향을 반영해 닭고기 매장 조리대를 고객에게 오픈해 놓고 있고, 포장 없이 진열하는 벌크 진열로 판매하고 있다. 즉석 먹거리가 발달한 문화를 반영해 델리카 코너를 대폭 강화하고, 규모도 일반 대형마트보다 1.5배 넓은 델리카 코너를 구성하기도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 유통업체로서 차별화를 위해 소주, 라면 등 다양한 국내 우수 상품들을 따로 모아 한국 상품 존으로 구성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업체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롯데백화점은 향후 오픈하는 매장은 단독법인으로 여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실제 텐진 1호점은 단독법인으로 오픈했고, 당초 5월 오픈이 목포였다가 9월로 연기된 톈진 2호점도 단독법인으로 출점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홍보에 힘쓰고 있으며 회원모집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점차 회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유통업계 맞수인 신세계와 롯데. 과연 글로벌 성공 스토리에 먼저 다가가는 회사가 누가될 지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