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특별회계를 새로 만들어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8600억 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나머지 58%에 달하는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은 지역 시도교육청 부담으로 남아 자칫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편성을 거부할 명분조차 사라진 시도교육청들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에 또 다시 요구하면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누리예산’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내년 누리예산 지원에도 절반 이상 시도교육청 부담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에서 3년 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에는 어린이집 누리예산 총 1조9000억 원 가운데 8600억 원은 일반회계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교육세를 충당해 중앙정부 지원을 45% 수준에 맞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어린이집 예산을 일반회계에서 보태긴 하되,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를 보탤지는 유보했다. 내년도 예산인 8600억 원 지원 이후 정부의 지원 규모나 부담 비율에 대해서는 법안에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번 법안은 그간 진통이 지속된 예산 부담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해결하지 못하고 ‘미봉책’에 그친 결과물인 셈이 됐다.
게다가 정부의 어린이집 예산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정부가 지원한 8600억 원은 유치원 제외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총 2조748억 원의 42% 수준에 불과하며, 결국 나머지 1조2000억 원에 대해선 각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
이번 특별회계가 3년 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면에서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이 크게 침해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선 교육청들은 이번 특별회계 신설에 따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편성 의무만 주어졌고, 애매모호한 법 규정과 적은 지원금액 등으로 어린이집에 대한 국고 지원 근거가 생겼지만 되레 재정부담은 커졌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선 시도교육청, “보다 근본적 대책 마련해달라”
그간 정부와 지역교육청은 누리과정에 대한 예산부담 주체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진통을 지속해왔다.
현행 지방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시도교육청의 재원인 교부금은 교육기관에 사용된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으로 보고 교부금을 누리과정 어린이집에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이 이미 교부금에 반영돼 있어 별도의 국고지원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이번 특별회계 신설에도 교육계 일각에선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번 법안은) 지난 4년여 간 끊임없이 요구해온 핵심 문제를 외면한 채, 당장의 갈등만 덮는 임시방편에 그쳤다”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해 달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