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에 적발됐다 몰수당한 20만 달러 반환 시도
국내 재벌 총수들 사이에서 두려움의 대상인 재미 탐사보도 전문 기자 안치용씨가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시크릿오브코리아’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2001년 SK그룹 최태원 노소영 부부가 미국 법원을 상대로 “내 돈 20만 달러 내 놔라”고 반환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연을 추적해서 보도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억울한 사정이 있기에 최태원 회장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냈을까.
지난 90년 신혼 중이던 최태원 노소영부부는 미국에 입국한 뒤 부부가 함께 BOA 등 미 시중은행을 돌아다니며 2월 1일부터 6일까지 엿새에 걸쳐 총 20만 달러를 법적 허용 한도인 1만달러 이내로 쪼개기 예치하다가 FBI 요원에게 적발됐다.
당시 FBI는 최태원 부부의 샌프란시스코 별장을 기습수색해 다른 불법 자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이때 노소영씨는 FBI 요원에게 “나는 한국 대통령의 딸이다.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라며 호통쳤다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미 FBI에겐 자국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이 중요했지, 한국 대통령의 딸과 사위라는 신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최태원 노소영 부부는 20만달러를 전액 몰수당하고 유죄선고를 받았다.
노태우 대통령 임기 말에 터진 이 사건은 국내 언론에 즉각 보도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사건을 ‘SK그룹 최태원 노소영 부부 20만 달러 외화밀반출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비중있게 다뤘다. 야당에서도 문제의 20만 달러를 “노태우정권의 검은 돈‘으로 규정하고 돈의 출처를 밝히라고 연일 공세를 퍼부었다. 야당이 그렇게 주장한 것은 FBI 가 최태원 회장 승용차 트렁크에서 돈다발을 묶은 띠가 발견했는데 출처가 스위스은행의 것으로 드러난 때문이었다. 당시 SK그룹은 문제의 20만 달러가 결혼축하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1988년 9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따로 축하금은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의혹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미국 검찰 사건 발생 3년만에 기소해 의문
여론이 악화되자, 검찰은 최태원 노소영 부부의 외화밀반출 여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이 사건 주임검사는 훗날 검찰총장에 오른 송광수 서울지검 형사 3부 부장검사였다. 검찰은 여러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해 야당 및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특히 최태원 노소영 부부가 밀반입 사실 등 위법행위를 미 연방검찰에 실토했는데도 이를 조사하지 않아 ’대통령 딸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이 비등했다.
그리고 10년 뒤, 세상사람들이 잊을만할 즈음 최태원 노소영 부부는 20만 달러를 돌려달라며 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시크릿오브코리아’는 최 회장 부부의 20만 달러 반환 소송을 이렇게 보도했다.
“미 연방법원 캘리포니아 북부지원에 따르면 최태원 노소영 부부는 지난 2001년 3월 26일 미국정부를 상대로 지난 1993년 압류됐던 19만2천여달러를 돌려달라고 몰수금 반환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태원 부부는 법정 대리인으로 조모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최태원-노소영부부의 반환신청을 허락한다는 요지의 명령문 예문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법원에 반대 이유서를 제출했으며 최태원 노소영 부부는 4월 30일 반환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하는 등 미국 정부와 법정공방을 벌였다.”
그렇다면 최태원 노소영 부부는 왜 몰수당한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을까.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본인들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10년 가까이 지나 반환 소송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이 사건은 피의자 중 한 명이 한국의 현직 대통령 딸이라는 점에서 미 외교가의 비상한 관심을 끈 사건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린 이 사건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제때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미 정가에서는 한국의 청와대 등 정부 요로에서 미 정계 실력자를 움직였고 이 때문에 미국 검찰이 기소를 늦게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었다. 결국 미국 검찰이 최태원 노소영 부부를 기소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지 3년이 지난 뒤였다. 최회장 부부는 재판 개시 2주만에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6만 달러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주목할 점은 당시 재판에서 최회장 부부가 유죄를 인정함과 동시에 몰수당한 20만달러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최회장 부부는 8년 뒤 이 돈을 다시 내놔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미국 법원은 “반환할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최 회장 부부는 패소했다.
최회장 부부의 20만 달러 반환 소송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최회장 부부 스스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을 시인한 뒤에 이를 다시 부정한 셈인데, 이는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준법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SK 4억 5천만 달러도 추가 진상 규명 필요
'시크릿오브코리아‘는 문제의 20만 달러와 함께 최회장 부부의 신혼살림집인 샌프란시스코 별장 구입 자금에 대해서도 외화밀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최회장 부부는 1989년 5월 8일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별장을 매입했다. 매입가는 약 52만 달러. 의혹을 사는 대목은 별장 매입 시기다.
시크릿오브코리아는 “최회장이 이 집을 구입한 시기가 20만 달러가 적발된 1990년 2월보다도 8개월이나 앞선 시기여서 과연 무슨 돈으로 이 집을 구입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당시 최회장 부부는 최소 50만달러 이상의 출처가 불명확한 자금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또한 시크릿오브코리아는 SK그룹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조세피난처를 통해 미국에서 운용한 5억 달러의 성격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즉 “미 연방법원 소송서류를 통해 밝혀진 5억달러의 미국비자금에 대해 SK그룹은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사건 때 밝혀진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사실과 다르다.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부분은 5천만달러 상당으로 최태원회장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5천만달러에 대해서만 죄값을 치렀으며 나머지 4억 5천만 달러에 대해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진상 규명을 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