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 토론회
금융당국도 책임 회피 어려워 보여
정부, 국제중재판정 '불복'..."이의제기 할 것"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건에서 론스타의 일부 승소 판결이 최근 나왔다. 이들은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하나금융)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 계약을 지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에 6조원대 배상 책임이 있다며 지난 2012년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에 제소했다. 당초 론스타 측이 청구한 금액 대비 4.6%에 해당하는 배상금 판정이 나오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되며 당국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 토론회를 열고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하나금융-론스타' 3각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날 론스타 사건 당시 사건에 개입돼 있는 정부 관계자 등의 책임을 촉구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ISDS 사건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로부터 이날 오전 9시께(한국시간) 우리 정부가 론스타 측에 2억1650달러(환율 1달러당 1300원 기준 2800억원, 이날 환율 기준 한화 2923억3995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판정문을 전달받았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조치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이 인정됐다. 론스타가 하나금융과의 협상 과정에서 가격 인하를 수용한 배경에 금융위원회(금융위)의 부적절한 가격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판정부는 대중 등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로 봤다.
정부는 곧바로 중재판정부 판단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중재판정부 판정이 명백한 권한 초과 행사,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등 ICSID 협약 제52조 제1항이 정한 판정무효 신청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에 승인심사 과정에서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라서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며 "론스타가 청구한 청구액보다 많이 감액됐지만 정부는 이번 중재판정부의 판정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중재판정부의 소수의견이 우리 정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정부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만 봐도 이번 판정은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판정부에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인한 유죄 판결로 인해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가 지연됐다. 우리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판정부 일부 위원은 다수의견이 간접적인 정황증거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판정부 판단에 대해 향후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금융당국 등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전성인 교수는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론스타가 매각을 마무리한 2010년 하반기부터 ISDS 최종 판정이 나온 2022년 하반기까지의 사건을 정리, 논평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법상 불법인 거래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론스타의 치외법권적 시도가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모피아-하나금융지주-론스타'가 '론스타 탈출과 이익 실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마치 한 몸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0년말 김석동 당시 농협 경제연구소장이 신임 금융위원장에 내정되면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인 것으로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면죄부를 부여했다"며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을 보유한 비금융주력자라는 점이 알려진 이후에도 그에 상응하는 감독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론스타를 탈출시겼다"고 했다.
이어 "2006년 이후의 검찰 수사에서 비금융주력자 문제라는 핵심을 비껴 간 한 장관이 그 잘못을 씻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앞장서야 한다"며 "국회가 국정조사와 필요시 특검 카드를 통해 법무부와 검찰을 압박함으로써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의 재산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론스타가 산업자본, '비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2003년 은산분리 조항이 있었지만 론스타에 예외 조항을 만들어주며 인수를 승인했다. 감사원의 2007년 조사 결과를 보면 재경부는 외환은행이 예외승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면서도 예외승인 협조요청 공문 등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해 BIS비율을 산정했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했다. 당시 외환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자기자본비율 8% 미만인 '부실은행'으로 분류됐다. 론스타는 2006년부터 지분을 되팔기 위해 국민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매각 협상을 벌였다.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을 팔려고 했지만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지분 전부를 3조9157억원에 넘기며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