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과연 5G의 선도국인가? 이에 대한 솔직한 답은 지난달 25일 잛게는 37분, 길게는 85분 동안 계속된 KT 네트워크 장애 사고에 담겨 있다. 5G는 기존 규격보다 최대 10배나 빠른 고속통신 기술임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초기 휴대전화를 보급하면서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기존의 10배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그러나 속도가 10배 빠른 통신은 리얼 타임으로 공장이나 농장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점포고객의 구매 동향 파악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실시간 원격 조정 능력은 기존 산업에 대변혁을 가져왔고 또 가져오고 있다. 이른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시대에 접어들었으며 그 중심에는 통신 3사가 자리잡고 있다. 쉽게 말해서 통신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초연결사회도, 여기에 기반한 테크산업도 그 기초가 무너진다. 그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를 우리는 이번 KT 사고에서 유감없이 경험했다. 동시에 통신사 KT는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을 제대로 읽고나 있는지 의구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KT와 하청업체의 무사안일함이 불러온 인재로 이미 밝혀졌다. 그러나 원인이 규명되었고 배상 문제가 구체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를 낸 통신사나 조사 결과를 발표한 과기부는 하나같이 사고 자체의 원인 규명에만 관심을 보였을 뿐 이번 사고에 함축된 ‘5G경제’에 미칠 충격이나 폐해에는 눈을 감다시피하고 있다. 물론 야간작업 허가를 받은 하청기업이 대낮에 작업을 한 것이나 이를 눈감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원청 기업으로서의 감독원까지 방기한 KT의 잘못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크고 무거운 것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 5G에 대한 정책적 접근 방식이나 자세가 덜 되었다는 점이다. 5G통신 도입에 앞서 그 속도가 기존의 50배라고 홍보한 통신사나 관계당국은 보급망 구축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그러는 동안 다른 나라가 우리를 앞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창조적 파괴시대 여는 동력
사물인터넷 AI도 전화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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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 일탈’로 눙칠일 아니다
아날로그 사고로는 반복 될수도
KT는 유선통신(집 전화) 시장의 41%, 무선통신 시장 24%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가입자가 2천 6백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이번 장애로 눈이 가려지고 귀가 들리지 않은 피해자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KT는 “예외적인 일탈 사례‘라고 얼버무리고 있다. 배상을 해야 할 입장에서는 사고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표현 글귀에 까지 신경을 써야 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예외적인 일탈 사례’라는 표현은 스스로 책임을 전가하고 핵심 기업으로서의 사명감에 눈을 감는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자세로는 언제든지 이번과 같은 ‘예외적인 일탈 사례’가 반복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5G는 단순한 통신 기술이 아니다. 기존 통신의 10배나 되는 속도로 접속성(connectivity) 자체를 크게 변혁시키고 있다. 아마도 지금 연구단계에 있는 6G가 상용화될 때까지는 5G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산업계까지 지배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 틀림없다. 5G는 고속통신, 낮은 지연성, 다수 동시 접속 등으로 산업계 각 분야에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른바 ‘창조적 파괴(Disruption)’의 계기와 근거가 되고 있다. 사물인터넷(LoT), 인공지능(AI)이 완전지배할 차세대 공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력, 농업, 소매업, 의료, 공공안전 등 일상생활에서 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창조적 파괴’를 유도하는 것이 5G이며 이를 뭉뚱그려 5G 경제라고 불러 잘못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5G 통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생할과 산업전반에 상당한 변혁을 촉진 시키고 있다. KT의 장애 사고를 단순한 ‘예외적인 일탈 사례’라고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이유다.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1863~1941)는 기업가를 하나의 과제를 이룩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으로 평가, 자기 이익에 집착하는 상인과 구별한 바 있다. 이번 ‘인재’에서 보여준 KT 경영진은 기업가인가, 아니면 상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