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생 모두 퇴진요구, 비대위 결성
김경희(65) 건국대학교 법인 이사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그간 불륜설과 학력 부풀리기 의혹 등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던 김 이사장이 이번엔 학교법인 공금을 이용해 초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식의 상아탑인 대학교에서 공공의 수장인 김 이사장의 이같은 부적절한 행보는 구설수를 넘어 거센 퇴진요구로 휘몰아치고 있다.
건국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범건국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비대위’)는 김 이사장은 경영능력과 도덕성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자격상실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만한 경영에 학교재정 ‘휘청’
김 이사장에 대한 퇴진요구는 그가 스타시티 45층 펜트하우스를 지난 5년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기폭제가 됐다.
비대위는 “김 이사장이 2007년부터 올 초까지 학교재단 소유의 ‘스타시티’ 45층 펜트하우스를 개인 집처럼 사용해왔다”며 “스타시티 사업이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이사장이 법인 공금으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김 이사장은 2001년 부임 직후 대학 야구장 부지를 상업시설로 용도 변경해 주상복합 건물 개발사업인 ‘스타시티 프로젝트’를 전두지휘 했다. 스타시티 사업은 방치돼 있던 유휴지를 활용해 연건평 20여만 평 규모의 주거 및 상업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지난 2007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서울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건대입구역 바로 앞에 초고층 ‘건국타운’을 만들어 건국대 르네상스의 꿈을 이룰 대규모 프로젝트로 평가 받았다.
당시 김 이사장 역시 "이 사업이 마무리되는 2008년부터는 임대수입 등으로 매년 300억원 이상이 재단에 유입 된다"며 "건대는 이를 바탕으로 2011년까지 3대 사학이 되겠다"며 스타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김 이사장이 제시한 청사진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2011년도 결산보고서 기준에 따르면 스타시티 사업의 자산규모는 9810억원 가운데 부채가 무려 7969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심각한 재정난 속에서 매년 200~300억원 규모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 잠식에 대한 우려와 함께 김 이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에서 김 이사장이 2007년부터 재단 소유의 스타시티 아파트 대형 펜트하우스를 ‘이사장 공관’ 명목으로 사용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펜트하우스는 약 99평 규모로 시가 42억원에 달한다.
비대위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그동안 9250여만원에 달하는 공관 관리비와 통신비를 학교 법인 자금으로 충당했다. 또 9억원에 이르는 펜트하우스 실내 공사비를 제 3의 업체가 대납하게끔 유도했다.
이 뿐 만이 아니라 지난 2001년 이사장에 오른 김 이사장은 판공비 명목으로 해마다 6000~9000만원을 챙기면서도 그동안 증빙자료 한번 제출하지 않았다고 비대위는 주장했다.
이처럼 교내외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김 이사장은 지난 2월 모 업자에게 아파트를 전세로 놓은 뒤 빠져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3년에도 김 이사장은 교육용 부동산 대금 35억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2002년 3월 학교법인 소유 교육용 부동산 매각 대금 등 35억5000만원을 교육부가 지정하지 않은 용도에 사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이사장이 이에 불복해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 받은 전력이 있다.

도덕적 해이 ‘심각’
김 이사장의 부적절한 사생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건국대 설립자인 고(故) 유석창 박사의 맏며느리인 김 이사장은 남편 유일윤씨가 1978년 사고로 사망하면서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됐다.
김 이사장은 1994년부터 건국대 이사로 재직해오다가 지난 2001년 이사장에 취임했는데 이후 갖가지 소문이 김 이사장을 따라다녔다. 지난 2002년엔 2명의 유부남과 불미스런 관계라는 소문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렀다. 김 이사장의 가장 친한 친구의 증언으로 기사화된 이 내용은 미주 중앙일보와 여성월간지에 실리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기사의 골자는 ‘건대 동문회 부회장 강모 씨와 김 이사장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건국대 내에서는 남편이 김 이사장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건대 재단 이사장 김경희는 남의 가정을 파괴하고도 대학의 수장자격이 있느냐’며 피켓시위를 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여성은 퇴거불응 및 명예훼손으로 고송당해 벌금 200만원을 물었다.
그런가하면 지난 2007년에는 김 이사장의 학력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김 이사장은 1970년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마운트세인트메리대 대학원을 수료하고, 로스앤젤레스 시티 유니버시티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또한 캘리포니아 코스트대 경영학 석사 과정(MBA) 수료와 ‘오티스 파슨스 예술학교’ 서양화과 수료도 자신의 학력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한양대의 경우 학사 학위가 나오지 않는 청강생으로 졸업했고, 마운트 세인트 메리 칼리지는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스앤젤리스 시티 대학의 경우엔 비인가 대학으로 학위를 인정받지 못하며, 캘리포니아 코스트 대학은 제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김 이사장은 포털사이트 경력 란에 미국 마운트세인트메리대 ‘중퇴’, 한양대 명예경영학박사(2006년)로 학력을 수정했다.
비대위 “김경희 이사장 사퇴하라” 강한 반발
이처럼 김 이사장의 행보를 두고 계속되던 학내 혼란은 거센 퇴진요구로 이어졌다.
비대위는 “김 이사장이 도덕적·경영적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우리 대학의 리더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이미 상실했다”며 “김 이사장은 자진사퇴해야한다”고 일갈했다.
건국대 총학생회도 지난달 27일 학생총회를 열고 ‘김 이사장 퇴진 안건’을 통과시켰다. 표결에 참여한 재학생 1883명 가운데 반대 4표와 기권 76표를 제외한 무려 1803명이 김 이사장의 퇴진에 찬성했다.
안재원(예디대ㆍ커뮤니디4) 총학생회장은 “우리대학은 현재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며 “김 이사장은 스타시티 수익사업을 시작하면서 매년 우리대학에 200억 원이 넘는 법인 전입금을 전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 회장은 “공식적으로 법인에 이사장 퇴진 및 건국 법인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경영진 인선을 요구하겠다”며 “단과대별로 학우들을 대상으로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오후 7시부터 1백여 명의 재학생들과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들은 학생총회 안건 수용을 요구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행정관에 붙였다. 이들은 또 미리 마련된 A4용지에 김 이사장의 퇴진 요구를 적어 이사장실 및 행정관 곳곳에 부착하고 학생총회 안건 수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국대 재학생은 “스타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시설이 좋아지는 등 과시적인 경영적 성과도 있지만 최근 경영난이 점점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다”며 “현재 건국대의 경영난에 대해서 학교 측은 그저 두루뭉술한 답변만을 하고 있는데 교육수혜자인 재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생은 또 김 이사장의 자진사퇴 촉구와 관련해 “불륜, 횡령, 학력 의혹 등 도덕성의 심각한 흠집은 차치하고서라도 경영능력 면에서도 이사장 자격 상실 요건으로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 대학원 총학생회 한 관계자는 “그간 김 이사장의 리더십에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경영난 이외에도 부적절한 사생활과 관련된 도덕적인 문제만으로도 교육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며 “김 이사장의 퇴진과 관련한 서명운동과 함께 ‘대자보’를 준비하고 있으며, 비대위는 교육부에 특별감사요청을 한 상태”라고 전했다.
홍정희 건국대 노조위원장 역시 “건국AMC와 클래식500 사업이 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것 뿐 아니라 김 이사장의 초호화 펜트하우스 거주, 업무추진비 수억 원 횡령 외에도 김 이사장의 비리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김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홍 위원장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미국 퍼시픽스테이츠대(PSU)라는 LA소재 소규모 대학 출장(외유)에 법인 자금을 유용하고, 안모 교수를 건국대 법인자금을 동원해 미국 LA 퍼스픽 스테이츠 대학(PSU) 교수로 선임했다.
또 지금은 사퇴한 김진규 전 총장을 영입할 당시 특혜를 줬다고 홍 위원장은 주장했다. 지난 2010년 1월에 월세 250만원인 클래식500에 특별할인요금을 적용해 총장 취임 후 2채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도 모자라 연봉4억4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또 업무추진비 3억5000만원을 제공했는데 이 중 1억2000만원이 법인에서 나왔다고 홍 위원장은 밝혔다.
건국대 교수협의회 소속의 한 교수도 “교수들이 앞장서서 퇴진 운동을 이끌고 있다”며 “김 이사장의 비리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경영상의 실패이고 그 다음은 도덕적인 흠결이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각계각층에서 김 이사장의 퇴진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학교 법인 관계자는 “일단 비대위 측에서 신청한 교육부의 감사 청구가 나게 되면 우리가 소명을 충분히 할 것이다”면서 “여론이 김 이사장을 호도하고 몰아가는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는 감사에 충분히 응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이사장의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서는 “김 이사장의 학력 과장은 이미 정정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락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밖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