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대기업들이 늘면서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른 것. 가공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규제를 피한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드러그스토어 입점 인근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18일 농심의 계열사 메가마트가 운영 중인 드러그스토어 매장 ‘판도라’ 인근을 찾았다.
판도라는 ‘만남의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홍대역 9번 출구 인근에 위치해 있다. 판도라 주변은 유동인구가 많아 목이 좋은 곳으로 홍대에서도 알짜배기 자리로 꼽힌다.
이날은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붐볐다. 판도라 입구에는 가격할인 행사품목들이 자리를 잡고 고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약국과 함께 화장품, 잡화, 음료수, 식료품 등 다양한 품목의 상품들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다른 드러그스토어와 달리 담배와 술까지 취급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판도라 내 일부 상품들의 가격은 주변 슈퍼나 약국보다 낮았다. 그야말로 대형할인마트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했다. 판도라의 출현으로 인근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기자는 판도라를 나와 주변 상인들을 만났다.
먼저, 판도라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같은 드러그스토어 매장인 CJ 올리브영을 찾았다. 올리브영은 판도라 매장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점포 관계자는 판도라의 출현에 대해 “아직까지 피부로 느끼는 압박은 없다. 우리는 이미 매장과 규모면에서 앞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으로 판도라 옆에 위치한 다이소를 찾았다. 다이소 관계자는 “처음에는 우리도 많이 긴장했다. 하지만 취급하는 품목의 방향이 달라서인지 아직까지는 별 타격이 없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판도라와 비슷한 규모의 매장들은 판도라에 대해 긴장감을 보이고 있지만 매출 하락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태연함은 한 블록 옆 약국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S약국 약사는 “실질적으로 피부로 느낀다. 일반 약 매출이 급감했다”며 “판도라 약사가 와서 우리 매장에 약들을 보고 가더니 가격을 낮춰 우리가 주로 쓰는 약을 판매하고 있다. 어떻게 상대가 되겠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근처의 한 편의점 점장은 “손님들이 저기(판도라)엔 있는데 여긴 없네 하면서 나가는 경우도 많다”며 “그곳(판도라)은 술, 담배 뿐 아니라 우리가 팔지 않는 약, 화장품도 판매하고 있는데 굳이 이곳에 오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블록 뒤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내가 이곳에서 장사하는 것도 얼마 안 남았다”며 “결국 대기업 체인점이 홍대거리를 다 점령할 것”이라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같은 고민을 하는 상인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심 메가마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하에서 “올해 안으로 수도권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10개 정도 더 오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조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과 정부 규제에도 ‘이익’을 쫒는 대기업의 행보는 막을 수 없는 것일까.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대기업들로 소상인들은 ‘마른침’을 삼키고 있다.
사진 / 팩트인뉴스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