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지어 최근 잇따른 악재로 동아제약이 수렁에 빠지면서 지주사 전환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에 부정적 기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그간 동아제약을 둘러싸고 뭉글뭉글 피어올랐던 ‘리베이트’ 의혹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체제 전환으로 ‘경영권 강화’를 기대했던 동아제약의 야심찬 계획은 ‘적색등’이 깜박이게 됐다.
당장 눈앞에 놓인 ‘리베이트’ 사건의 해법부터 지주사 체제 전환 ‘반대’에 대한 대책까지…강신호 회장과 동아제약이 빠져있을 ‘수렁’을 집중분석했다.
‘리베이트’ 동아제약 마케팅 수단?
지난 2011년부터 동아제약을 비롯한 제약업계에 불어닥친 ‘리베이트’ 검풍이 그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
10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2009년 2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병ㆍ의원 1400여곳에 48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아제약 영업총괄책임자 허모(55) 전무를 구속 기소하고, 박모(56) 전 상무 등 임직원 5명과 에이전시 대표 4명 등 9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는 쌍벌제가 시행된 지난 2010년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리베이트 적발로, 업계에서는 국내 1위 동아제약의 불법 행위가 국내 제약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수사결과, 이들의 수법이 지능적이고 음성화된 측면이 있어 소비자와 시민사회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담수사반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의료기기 제공, 현금·상품권·기프트카드·법인카드 지급 등 전통적 방식에 더해 병원 홈페이지 제작 및 광고료 대납, 병원 인테리어 공사비 대납, 의사 자녀 어학연수비 및 의사 가족 여행비 대납 등의 에이전시(구매대행업체)를 통한 음성화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허 전무를 비롯한 이들 임직원은 동아제약 의약품의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A병원의 인테리어 공사비용 1억원 상당을 에이전시를 통해 대납하고, 동아제약이 에이전시로부터 물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꾸며 비용을 정산했다.
또 B병원의 3000만원 상당 내시경 관련 장비 구입비를 대납하는 등 에이전시를 통해 의료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같은 제 3 업체를 통한 리베이트는 인터넷 홈페이지 무상 제작과 지하철·버스 광고비 대납, 병원장 자녀의 어학연수비 1400여만원 제공, 의사 가족의 해외여행비 800여만원 대납, 병원장 자녀에게 11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제공, 1600만원 상당의 오디오 세트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합수반은 법인 계좌추적과 자금의 흐름을 분석해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병의원 관계자를 추적했으며 이들을 통해 동아제약의 불법 리베이트를 적발했다.
이처럼 지능화된 수법에 시민단체 등은 “리베이트를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보는 의료계의 안일한 인식과 관행을 바꾸지 않고선 불법적 행위 근절이 어렵다”며 동아제약을 향한 무거운 처벌을 강력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이하 경실련)는 14일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적발에 대한 논평을 내고 “이번 검찰수사 결과 드러난 금액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단일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이지만 제약사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리베이트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미미한 적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근거로 들어 의약품 매출의 20%정도가 리베이트라는 점, 2010년 기준 건강보험에서 연간 2조6000억원이 리베이트로 지출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경실련은 또한 “리베이트 수법도 교묘해져 직접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시를 통해 제공하는 등 갈수록 음성화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와 처벌만으로는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작금의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경실련은 “공익신고포상금제와 쌍벌제 처벌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의료인의 면허 취소, 제약사의 허가 취소 등 그 처벌수위를 높이고 리베이트 적발시 건강보험의 의약품 가격을 리베이트만큼 소급해서 삭감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경 대응책을 주문했다.
이와 아울러 경실련 측은 음성화된 리베이트의 경우 제약사 내부의 고발 없이는 적발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실제 이번 검찰의 리베이트 적발에는 내부제보자의 활약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제보 사실을 알아챈 동아제약 측이 내부제보자와 그의 가족 등을 협박하며 각서까지 챙긴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발각돼 동아제약의 모럴헤저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부제보자를 둘러싼 ‘수상한’ 의혹
이번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아제약을 퇴사한 직원 이모 씨는 수사기관과 언론에 리베이트 관련 정보를 제보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이 사실을 알아챈 동아제약의 정모 차장은 이씨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자택을 방문해 “수사에 협조하지 말고 진술을 번복할 것”을 주문했다.
이씨가 그의 요구를 거절하자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게 하겠다.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 고소를 준비하겠다”, “(이씨가 퇴사 전 반납한) 노트북을 복원했는데 재미있는 자료가 많더라”고 겁을 주며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심지어 정 차장은 이씨의 부인을 만나 “남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달라. 내역을 주지 않으면, 제보한 것으로 알고 남편을 구속시키겠다”, “남편 노트북을 보면 가정파탄이 날 수 있다”고 겁을 줬다.
도를 넘은 협박에 결국 굴복하고만 이씨는 ‘동아제약과 관련된 자료를 일체 누설하지 않고, 이를 어기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진정취하서를 정 차장에게 제출했다.
정 차장은 현재 협박・강요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윗선의 지시 여부가 있었냐는 검찰 질문에 ‘단독범행’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내부제보를 통해 리베이트 의혹이 하나둘 그 껍질을 벗고 있는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내부제보자의 ‘신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업계의 관심을 샀다. 동아제약의 ‘취약한 소유구조’를 약점으로 잡은 몇몇 이들이 리베이트 건과 관련된 의혹을 검찰에 집중 제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자의 난'과 '형제의 난' 등으로 경영권 위기를 겪은 것이 발단이 돼 '양 난'에서 밀려난 강 부회장 측근들이 제보의 중심 인물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강 부회장 측이 리베이트 제보를 통해 칼을 간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때문에 일각의 시선은 제 3왕자의 난이 벌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선 2004년과 2007년 동아제약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아버지 강 회장과 2남 강 부회장 간 ‘부자의 난’을, 강 부회장과 4남 강정석 사장 간 ‘형제의 난’을 벌이며 재계의 주목을 산 바 있다.
하지만 동아제약 관계자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일종의 ‘설’일뿐더러 근원조차 밝힐 수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발끈하며 강력대응을 시사했다.
이처럼 모종의 ‘설’들이 동아제약을 휘감고 도는 데에는 단연 취약한 소유구조에 그 이유가 있다.

공시에 따르면 강 회장은 동아제약 주식의 4.6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자리해 있다. 강 회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4남 강정석 사장은 전문경영인 유충식 사장의 2.39%보다 낮은 0.64%의 주식을 보유했다. 이들 오너일가를 비롯 현 최대주주의 동아제약 지분율은 약 14%에 불과하고, 우호지분으로 평가되는 GSK(9.9%), 오츠카제약(7.9%), 우리사주조합(6.7%) 등을 더해야 총 38.5%의 지분율을 가진다.
반면 강 회장 일가의 잠재적 경영권 위협자들이 가진 지분도 이에 못지않다.
동종업계 라이벌인 한미약품과 녹십자 등이 16.9%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도 상당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취약한 지분구조가 오너일가의 경영불안을 가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말 동아제약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2012년 10월 23일, 동아제약은 이사회를 열고 오는 3월 1일부로 기존의 동아제약을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가칭)로 존속시키고, 인적분할신설회사인 ㈜동아(가칭)와 물적분할신설회사인 동아제약㈜(가칭)로 분리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의결됐음을 발표했다.
의결 내용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그룹의 투자사업 및 공통서비스 부문을 전담하고 신규 상장 예정인 동아는 전문의약품(ETC)과 해외사업을 맡으며 동아제약은 박카스 및 일반의약품(OTC)을 담당하게 된다.
이를 통해 치료위주인 제약업 중심에서 벗어나 의료서비스 분야 및 신사업군 추가 등 단계적인 사업 확장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의 도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 체제의 배경을 놓고 동아제약 측의 공식적인 입장보다 경영 불안문제 종식에 더 많은 힘을 실었다.
동아제약이 체제 전환을 이룰 경우, 현물출자 등을 통해 강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 또 비상장회사로 남는 동아제약의 경우 지분 100%를 지주사가 보유하게 돼 오너일가의 경영권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체제 선언 당시 “동아제약 대주주는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서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분율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지주사 전환이 동아제약의 경영불안을 종식시킬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자 기회라고 보고 있지만, 탄탄한 계획과는 달리 넘어야 할 장애물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최근 발표된 리베이트 수사결과로 추락한 이미지는 차치하고서 지주사 전환을 바라보는 소액주주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16일 소액주주 모임 ‘네비스탁’은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분할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기업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박카스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동아제약의 캐시카우인 ‘박카스’의 생산을 맡고 있는 OTC를 지주회사의 비상장 자회사로 분할하는 방식이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차단해 경영감시와 경영투명성을 약하게 할 것이라며 주주 권익 훼손이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네비스탁은 또한, “OTC가 박카스뿐 아니라 판피린, 가그린, 비겐, 모닝케어 등 동아제약의 주제품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자산 배분의 타당성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욱이 “제 3자배정 상증자나 주식관련 사채 발행 등으로 지분을 넘길 수 있다”며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다.
이에 네비스탁은 동아제약 지분의 10%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국민 부담으로 운용되는 만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청했다.
체제 전환건 통과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 측도 이달 내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동아제약의 체제 개편안에 대한 찬반 의결권 행사방향을 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체제 개편이 4남 강 사장에게 편법 상속 등으로 유리하다는 의견과 주주가치 훼손 등 시장이 제기한 문제를 놓고 찬성표를 던지기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음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소액주주의 반발뿐 아니라 리베이트 수사결과로 진땀을 흘리고 있는 동아제약으로선 오는 28일 체제 전환건을 표결하기 위해 열리는 주주총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동아제약 관계자는 이와 관련, “(리베이트의 경우)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면서 법원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법정에서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나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체제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전환 발표가 준비됐었던 것”이라며 “수년째 검토를 통해 결정한 부분”이라는 점을 못박았다.
또 동아제약 측은 소액주주 등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일본계 주요주주인 투자자 SBI와 ‘분할 후 신설되는 비상장 회사의 지분 또는 사업을 임의 매각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전에 조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오는 28일, 제 2의 도약을 위한 지주사 전환에 도장을 찍을 수 있을까. 동아제약이 도처에 놓인 암초를 피해 순항할 수 있을 지 지켜보는 이들의 관심이 뜨겁다.
